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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항공 칼럼] 승무원들이 사랑하는 장소, 벙커!

작성일 : 2021.07.14 20:14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항공사 직원들은 편의상 비행 거리에 비례해 단거리 비행, 중거리 비행, 장거리 비행으로 비행 편을 나눈다. 일본이나 중국 등 가까운 나라를 오가는 건 단거리 비행이고, 동남아 정도 거리면 중거리 비행이다. 그리고 인천과 미주, 인천과 구주, 그리고 인천과 대양주 사이의 비행을 장거리 비행이라 한다.
 
이 장거리 비행에 탑승한 승무원들은 승객에게 두 번의 식사를 제공한다. 이렇게 비행시간이 10시간~13시간 사이이기에 식사 중간에 스낵을 서비스하는 경우도 많다. 보통은 승객 탑승이 완료되면 객실사무장은 항공기 문을 닫고, 기장은 항공기를 출발시킨다. 비행기가 이륙해 안전 고도에 진입하면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고 승무원들은 서비스를 시작한다.  
 
클래스별 서비스 절차가 상이하고 담당 승무원의 서비스 성향도 다르므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항공기 이륙 후 1차 식사 서비스의 종료까지 대략 2시간이 소요된다. 그 후 2차 식사 서비스 시작까지 3~4시간의 여유가 생긴다. 그때 객실승무원들은 교대로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 퀴즈 하나. 장거리 비행 중, 승무원들은 어디서 휴식을 취할까?
 
자신 있게 벙커(Bunker = Crew rest area)라고 대답했다면 객실승무원 출신이거나 가족(또는 친구) 중 한 명이 객실승무원인 사람이다. 이렇듯 벙커는 일반인들에게 출입이 제한된 비밀의 공간으로, 대형 항공기의 객실 상부 혹은 하부에 위치한다. 
 
필자는 신입 안전 훈련 마지막 주에 이르러서야 실제 항공기에서 탑승하여 견학 할 수 있었다. 
‘우와, 항공기 도어(Door)는 도어 프레임(Door frame)보다 더 크게 설계되었구나.’ 
‘우와, 조종실(Cockpit)은 번쩍번쩍하구나.’ 

훈련생에게 항공기는 신세계였다. 하지만 감탄하긴 일렀다. 견학이 끝나갈 무렵, 교관님의 비번 입력과 함께 아라비안나이트의 석문처럼 굳게 닫혀있던 벙커의 문이 열렸다. 어두운 동굴 속 같은 벙커에 조명이 켜지자 위아래로 맞붙은 앙증맞은 8개의 침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서비스가 끝나면 벙커에서 한두 시간 쉴 수 있을 거예요. 가장 행복한 시간일 겁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쉰다고? 나 폐소공포증 있는데……’
 
반신반의했던 교관님의 장담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단 한 번의 비행이면 충분했다. 
“김주희씨, 왜 Rest 안가?” 
“예?”
정신없이 불려 다니다 쉬는 시간이 한참 지나 벙커에 들어갔다. 비어있는 침대에 눕긴 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올 것 같진 않았다. 그랬는데……

“삐삐, 삐삐.”  
혹시나 하고 맞춰뒀던 알람시계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못할 뻔했다. 알고 보니 나에겐 폐소공포증 따윈 없었다. 사람은 불편해도 피곤하면 곯아떨어지기 마련이다. 
 
오늘도 사랑하는 후배들이 벙커에서 잠시나마 푹 쉬길. 그리고 안전하고 즐거운 비행이 되길.

참 나도 욕심이 많다. 전국의 항공과 실습실에 벙커는 거의 없는데 우리학교 학생들에게는 꼭 보여주고 싶어서 준비 중이다. 나처럼 신세계에 빠져들 아가들을 위해!

(사진=김주희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김주희

현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현 한국관광연구학회 이사
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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