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5.05 14:21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요즘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로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 힘 당 대표가 SNS상에서 설전을 벌이더니 며칠 전엔 모 tv토론 프로에서 일대일 토론을 펼치기까지 했다.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에 관한 국내 관련법’을 들여다보면 ‘교통수단 이용 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고로 전장연의 원론적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외면된 타당함을 알리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하고 물으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리고 모든 토론이 그렇듯 대화가 지속될수록 상대방에 대한 이해보단 본인들의 관점만 확고해졌고,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잘못된 결과만 남는 모호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객실 승무원이 아니었다면 흘려듣고 말았을 이 이슈가 머릿속에 맴돌았던 건, 승무원 신분으로 교육받았던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 출, 도착 항공기에 탑승하는 객실 승무원은 일 년에 한 번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미국에선 일찍이(1986년), 국적 항공사를 대상으로 항공여행을 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고, 2009년 5월 13일부로 미국(령), 출 도착 외국 항공기로 동 법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다.
객실 승무원이 이수하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의 교육 내용을 들여다보면, 보통 1장은 일반 사항, 2장은 객실 승무원이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와 안전 수칙, 3장은 장애인 승객 좌석 이동 시 편의 제공 등으로 이루어진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평이하여 교육을 이수하면 객실 승무원으로서 장애인 승객에게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구분하고 실행할 수 있다. 그중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더욱더 인상 깊다.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비상 탈출을 제외하고 승객의 동의 없이 장애인 승객을 직접 손으로 옮기는 행위’를 금한다.'라는 문구로 요약된다. 승객의 동의가 있어야만 도움이 도움일 수 있다는 이 문구가 장애인 차별 금지법의 핵심인 것이다.
필자가 최근 꽂힌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6회를 보면, 이민기(염창희 역)가 손석구(구씨 역)가 방에 쌓아놓은 술병을 동네 친구와 함께 치워준다. 하지만 구 씨는 깨끗해진 방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낸다. 고맙다는 말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염창희와 친구는 내심 섭섭하다. 이런 그들에게 염창희의 여동생 김지원(염미정 역) 또한 화가 난다. 그래서 따지듯 묻는다. ‘(구 씨한테) 물어봤어?’라고.
이렇듯 상대방의 동의 없는 도움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내가 나으니까 부족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는 선의로 포장된 자기 우월의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비롯된 동정 또한 마찬가지다. 연민으로 시작된 일방적 도움은 폭력일 수 있다.
(큰 소리로) “잘 안 보이시죠? 제 손 잡으세요!”란 호의가 상대방에겐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혹은 ‘혼자 할 수 있는데…….’ 일 수 있었음을 우리는 종종 인지하지 못한다. 왜? 우리는 정(情)의 민족이니까. 그래서 최소한 객실 승무원만큼은 나의 관점이 아니라 타인의 관점에서, 우리의 관념이 아니라 국제적 기준으로 생각하도록, 일 년에 한 번 ‘장애인 차별 금지법’ 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객실 승무원을 준비하는 꿈나무들에게 장애인 차별 금지법 교육을 권하는 바다. 학점 관리에, 외국어 공부에, 각종 자격증 시험 등에 일분일초가 아쉬운데 무슨 소리냐는 볼멘소리가 들리는 듯하지만, 객실 승무원은 상대방 입장에 서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 직업이므로 장애인 차별 금지법 수업은 미래의 승무원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사진=김주희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김주희
현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학과장
현 한국관광연구학회 이사
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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