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5.25 18:36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한때 유행처럼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붐이었는데 요즘은 반대 급부로 예스 키즈 존(Yes kids zone)이 유행이라고 한다.
일부러 찾아다닌 건 아니었지만 노 키즈 존을 선호했었다. 솔직히 아이들이 식당이나 카페에서 뛰어다니면 불편했다. 그리고 속으로 부모들의 흉을 보았다.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면 제지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말이다.
지금은 다르다. 조카들이 태어난 후,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180도 바뀌었다. 아이를 보면 ‘제발 오지마’라고 주문을 걸던 나였는데 이젠 손을 뻗게 된다. 가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손을 잡아주는 천사 같은 아이를 만나면 하루가 즐거울 정도다.
현역으로 일할 때, 괌(GUM) 노선이 가장 싫었다. 휴양지 특성상 가족 단위의 유아 동반 승객이 대다수였다. 웃음 가득해야 할 여행객의 얼굴은 아이러니하게 짜증이 가득했다.
괌은 ‘우리 부부 싸움했어’라고 얼굴에 쓰인 부모와, ‘나 불편해’하고 투정 부리는 아이, 스페셜 밀(Special meal), 이 세 가지가 특화된 노선으로, 특히나 스페셜 밀은 승무원의 업무를 배가시켰다. 탑승한 아이들은 거의 모두 어린이 식사(CHML)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린이 식사의 양이 많고, 종류 또한 다양(돈가스,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하다는 데 있었다. 승객 탑승 전, 70~80개의 어린이 식사가 정확히 탑재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고, 승객 탑승 후 승객과 일일이 대조하는 일도 많은 시간이 요구되었다.
이륙 후엔 갤리(Galley)에서 빵은 빵대로 패티는 패티대로 히팅(Heating) 해야 했다. 그리고 채소까지 합쳐 햄버거를 완성했다. 이렇듯 괌 노선에서 일하다 보면 내가 항공사에 취직했는지 맥*날드에 취직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괌 노선 만큼은 어린이 식사에 여분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숫자가 딱 맡게 탑재되니 오 전달되는 경우엔 승객에게 손이 발이 되게 비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정말 낙하산만 있다면 뛰어내리고 싶었다. 비 효율적인 스페셜 밀 관련 업무도 업무지만, 솔직히 투정 부리는 아이와 방관하는 부모를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아가 승무원에게 화풀이하는 부모를 대할 때면 내 직업에 회의가 들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당시에 난,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 기내에서 아이가 느꼈을 불안함을, 그런 아이를 돌보아야 할 부모의 마음을 조금만 헤아려보았다면,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노 키즈 존과 더불어 예스 키즈 존의 증가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이다.
아이가 없는 환경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노 키즈 존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예스 키즈 존을 선택하면 되니 표면적인 문제는 해결된 듯하다. 그러나 세상을 노 키즈 존과 예스 키즈 존으로 양분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우리 사회를 이해조건에 따라 무 자르듯 양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양분한다면 모두가 만족할까?
해결책을 제시하기엔 여전히 부족하지만,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양분보단 이해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젠더로, 종교로, 나이로, 학력과 재력으로 양분된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 손을 잡아준 고사리손에서 찾고 싶다. 식당에서, 카페에서, 그리고 기내에서 투정 부리는 아이를 볼 때, 내 아이를, 내 조카를 떠올리고, 손을 내밀어 보자.

(사진=김주희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김주희
현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학과장
현 한국관광연구학회 이사
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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