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6.02 09:47 작성자 : 최지연 (air24jychoi@gmail.com)
출장차 인천 공항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10시간 넘게 운전할 엄두가 안 나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비행기를 이용했다. 과거를 회상하며 즐거워야 할 항공기 탑승이었건만 불쾌한 경험을 하고 말았다. 젊은 남성 두 명이 타이트한 여승무원의 뒤태를 훔쳐보며 낄낄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현장을 목격하자마자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단호하게 항의했다. 소심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의 내면 어디에 그런 용기가 숨어있었는지 모르겠다. ‘죄송하다’는 사과를 받은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참고로 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극단적 페미니스트에게 반감을 느끼는 부류로 베스트셀러였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도 공감하지 못했을 정도다. 하지만 스튜어디스의 유니폼이 꼭 타이트 해야 하는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번 여정에 이용한 항공사의 유니폼은 내가 근무할 당시의 유니폼보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몸에 딱 달라붙는 스타일인 건 한결같다. 내가 현역일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세상은 몰라보게 평등해졌다. 성별로 업무를 구분 짓는 시대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승무원의 유니폼은 시대의 요구를 따라오지 못하고 몇십 년 전 그대로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승무원이 객실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지만, 객실 승무원은 서비스 이전에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타이트한 치마에 구두를 신고 비상업무를 수행한다는 건 비효율적인 일일 뿐 아니라 (승무원과 승객 모두에게) 위험하기까지 하다. 여러 가지 비상 상황 중, 항공기 비상착륙 상황을 상정해보자. 슬라이드를 이용한 항공기 탈출 시, 구두 뒷굽에 슬라이드가 찢어지기라도 한다면? 안전 업무를 수행해야 할 승무원이 구두 굽 때문에 발목을 접질려 오히려 승객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둘째, 승무원이란 직업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뽐내는 직업이 아니다.
승객들의 눈요깃거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어떠한 복장을 하고 있더라도 성희롱에 면죄부가 될 순 없다. 하지만 승무원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유니폼(몸에 붙는 짧은 치마와 하이힐)이 잘못된 성적 관념을 구축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출장의 목적지였던 저가 항공사에서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우리나라 항공사 최초로 객실 승무원이 기내에서 운동화를 신는다고 했다. 객실 승무원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한 결정이었다. 신발에 각인된 ‘Safety First’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기내화는 디자인 또한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이들의 용감한 결정이 다른 항공사들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거대 항공사 간의 합병을 준비하는 지금이야말로 변화의 최적기가 아닐까?
승무원으로 일한 기간과 운항과 교수로서 일하는 기간을 더해, 딱딱한 구두와 타이트한 유니폼(정장) 속에서 속박받아온 내 발과 내 몸에게, 이제야 ‘그동안 수고했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들에게, ‘이젠 너희들에게도 자유의 시절이 도래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김주희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교수)
김주희
현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운항과 학과장
현 한국관광연구학회 이사
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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